이미지 출처: yes24.com
'언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하는 언어학의 기본적인 물음에 대한 루소의 생각이다. 당신 16세기 유럽에서 유행하던 언어 기원과 관련된 각종 기발한 상상이나 민족주의적 억지 속에서 똑똑한 루소가 자신의 생각을 펼쳤다. 그 당시로서는 대단히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책을 읽어보면 그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몇 가지 언어 기원에 대한 주장들을 정리해 보면 재미있다.
1) 신수설: 하느님이 언어를 선물로 주셨다는 것.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서의 기록인데, "~~가 있으라. Let there be ~~"하는 말(words)이 곧 창조로 이어졌다는 기록. 아담과 하느님과의 언어를 이용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기록. 바벨에서의 그 언어 '혼란'에 대한 기록.
2) 멍멍설 bow-wow theory: 다른 말로 의성설. 말 그대로 개소리^^;를 흉내내면서 언어가 시작되었다는 소리다.
3) 땡땡설 ding-dong theory: 유추설. 세상에서 나는 소리들을 모방했다는 것이다. 자연의 소리를 듣고 거기에 어울리는 말들을 유추해 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4) 쯧쯧설 pooh-pooh theory: 감정표출설. 우리의 곰돌이 푸우가 꿀을 먹으려고 들어가다 굴 속에 쳐박히자 이를 보고 있던 그의 친구들이 '푸우-푸우!' 하면서 감정을 표출하다가 언어가 태어났다는 소문이~! 참고로 이건 장 자끄 루소가 아니라 짝 짜꿍 훈스의 설이다.
5) 아아설 sing-song theory: 가창설. 노래에서 음악에서 언어가 왔다는 설. 경상도 말을 들어보라.
6) 끙끙설 grunt theory, 엉기여차설 ye-he-ho theory : 둘이 합해 노동설. 어금니 꽉 깨물고 일을 해도 하도 힘이 들어서 그 어금니 사이로 소리가 나더라. 아니면 무거운거 옮길 때 같이 힘주고 같이 힘빼야 되니까 싱크로나이즈하기 위해서 말을 했다더라.
이 외에도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뭐가 되었던 신앙이나 맹종 외에는 달리 어느 편에 설 방법이 없다.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이 음악에 대한 설명에 치중되어 있고, 또한 워낙 옛날에 씌어진 책이라 근현대의 언어학적 연구 성과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말을 하고 있는 21세기 인간들?에게 지적인 즐거움을 주기에는 다소 역부족이긴 하다. 그리고 다분히 루소 혼자의 상상과 추측 혹은 편견도 많이 들어 있다. 하지만 루소는 이 책을 통해 언어 일반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져주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연구해 들어가야할 필요성을 제시해 준다. 동시에 나같은 언어학 문외한에게는 언어가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또한 그 언어를 이해하려는 깊은 노력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닥터번역]
2005년 6월 30일 씀
- 각각의 이론에 기가 막힌 한글 번역 명칭을 붙여준 번역가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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