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자에게 가장 끔찍한 일은 아마도 오역일 것입니다. 누군가가 나의 명백한 오역을 지적해 줄 때, 프로 번역가로서 그 부끄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 부끄러움을 통해 잊지 못할 지식을 얻게 되기는 하지만, 그런 경험 없이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훨씬 좋을 것입니다. 이 책은 (특히 영어가 출발 언어인 번역에서) 오역을 막기 위한 지식을 모아 놓은 것입다.
꼼꼼한 저자가 오역 방지를 위한 지식의 단편들을 사전식으로 잘 모아 두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한 가지 단어나 어구가 여러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 번역자가 엉뚱한 의미를 들이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번역자라면 어떤 단어의 내가 아는 의미를 번역문에 넣었을 때 그 번역문의 의미가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사전에서 그 단어의 여러 의미를 꼼꼼히 찾아보아야 합니다. 그렇게만 해도, 대부분의 오역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영어가 생명력 넘치는 언어인데다, 영어 사용자 집단이 공유하는 문화적 배경도 언어에 반영되기 때문에, 사전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단어라도 분야에 따라 아주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학교 다니던 시절, 문과 친구들이 'mass'가 '대중'아니면 '(종교) 미사'라고 이해했을 때, 공대 친구들은 '질량' 또는 '물질'이라고 이해했습니다. 화학공학 학부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 중 하나인 'Mass Transfer'는 '물질 전달'이지만 문과 친구들은 '대중 이동'이라고 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에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특정 단어가 이 책에 등장했다는 사실만 기억나도, 오역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부록은 이 책의 가치를 한층 더 높여 줍니다. <번역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이 제목을 듣고 영화를 떠올렸다면 오역을 피할 가능성이 높은 번역자입니다)와 <번역 테크닉 노하우>라는 제목을 부록은 번역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로, 비슷한 형식의 책으로 <안정효의 오역 사전>이 있습니다. 이 책은 주로 영상 번역 시에 나올 수 있는 오역을 모아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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