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번역 해설 - 번역 실무 해설> 알라딘 링크: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930825&start=pnaver_02
(90면)
예제 3번은 일반적으로 과학적 텍스트를 기술적 텍스트와 구별시켜 주는 꽤나 흥미로운 특징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바로 라틴어 어법(Latinisms)이다. 과학적 전통을 인정하는 것이든 과학적 담론의 필수적인 부분이든 간에, 라틴어로 된 용어와 어구를 사용하는 것은 과학적 언어에서 매우 흔히 나타나는 특징인데, 특히 생물학과 생명 과학에서 사용되는 이명법(두 단어로 명명하는 방식)에서 그러하다. 이러한 특징은 당연히 라틴어가 수 세기 동안 지식과 식자층의 언어로서 지닌 지위에서 온 것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라틴어가 국제 과학 공동체를 위한 링구아 프랑카(공통어)로 사용되기는 하였지만(이제는 영어가 공통어이다!), 모든 언어에서 라틴어를 과학 담론의 일부로 사용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특정 언어 집단에서 매우 흔한 것이라도 라틴어를 접해본 적이 없거나 기원이 라틴어가 아닌 언어의 경우에는 생소한 것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조디 번은 특별한 설명없이 “로마인들은 집에 가라(Romani ite domum)!”라는 제목을 예제3번에 달아 놓았는데, 번역자는 “’로마인들은 집에 가라(Romani ite domum)!’는 코미디 영화 ‘라이프 오브 브라이언(Monty Python's Life of Brian)’ (1979)에 나오는 라틴어 문구이다.”라는 주석을 달아 두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예수가 태어난 바로 그 타이밍에 바로 옆집에서 태어난 유대인 청년 브라이언인데, 로마 식민제국에 대항하는 ‘유다인민전선’에서 브라이언이 맡은 첫 임무는 '로마인 집이 간다(Romanus eunt domus)'라는 라틴어를 밤새 벽에 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당연히 틀린 문장. 순찰하던 로마 백인대장에게 붙잡힌 브라이언은 ‘로마인들은 집에나 가라!’라는 뜻으로 쓰려면 “Romani ite domum!”라고 써야 한다는 문법 교육을 받는다(라틴어 활용 어미, 호격 복수형, 명령법, 목적격 및 그 예외까지…상세하지만 친절하지 않은 문법 교육을 받는다).
일상 영어에서도 종종 사용하는 vice versa나 etc. 나 alma mater 외에도, 과학기술 번역에서는 라틴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미생물학자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대장균 ‘이콜라이’ Escherichia coli의 표기처럼, 분류된 모든 생물 종이 라틴어식 이명법으로 만들어진 학명을 가지고 있다. In vitro와 in vivo, in situ, in silico 등도 자주 사용된다. 대부분의 경우 이탤릭체로 쓰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며, 학술 출판의 경우 학술지 자체의 규정에 맞게 표기하면 된다.
어쨌든, 영어에서도 라틴어법을 사용하는 것은 ‘문자깨나 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잘못하다가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실수를 범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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