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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의 사사로운 글쓰기

김연신,「차가 막힌다고 함은」

by DoctorChoi 2023. 1. 16.

 

이미지 출처: yes24.com

차가 막힌다고 함은, 도로에 차가 많아서, 아니다, 도로의 수용 능력보다 차의 대수가 많아서, 아니다, 도로의 표면적보다 차의 표면적이 많아서, 이제는 분명하다, 일정한 구간에서 차들의 표면적의 합이 도로의 표면적의 합에 가까이 도달하여, 더욱 분명해진다, 차들의 표면적의 합과 차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필수 여유 공간의 합이 도로의 표면적의 합을 초과할 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여,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에 그것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 김연신,「차가 막힌다고 함은」


말과 뜻의 문제다. 아니, 언어와 의미의 문제다. 시의 첫부분, 이공계생들이 아주 좋아할 부분이다. 과학자들은 애매와 모호로부터 완전 자유로운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도록 훈련받는다. 어떤 비유도 한탄도, 근거 없는 추정도 논문 위에 표현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런 언어 구사는 훈련받더라도 정직함에 대해서는 얼마나 훈련받는지 모르겠다. 정확한 거짓말?을 잘 늘어 놓도록 압박을 받고 있는 건 아닌지.

 

시에서는, 소설에서는, 정치 논평에서는, 언론 보도에서는 언어를 통해 승부를 한다. 온갖 언어적 수단이 동원되는 세상에서 진정성이란 무엇이고 진심이란 무엇일까 혼란스럽다. 뭐,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플레이를 하더라도 내 사랑하는 사람에게만은 내가 말하는 것이 내가 의미한 바, 바로 그것이 되기를 원한다. 사랑한다고 말할때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 되도록. 다른 사람에게 하는 어떤 말을 못 믿더라도, 내가 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은, 내 사랑하는 사람이 덮어 놓고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

 

2006년 7월 7일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