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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의 사사로운 글쓰기

자유론 - 존 스튜어트 밀

by DoctorChoi 2023. 2. 16.

 

 

<이미지 출처: http://yes24.com >

 

고민고민 끝에 고민을 쓰다

 

테리 샤이보 부인이 지난 3월 31일 숨을 거두기까지 정치계와 의학계와 법조계와 종교계에서 연일 논란이 이어져 왔다. 식물인간인 샤이보 부인으로부터 급식 튜브를 제거하는 것에 손을 들어주었던 법원 덕택에? 샤이보씨는 아내에게 죽음을 주었다. 생명의 존엄성과 안락사 논쟁에 더해 한가지 다른 의문이 생기는데 그것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심장박동을 멈추게 하는 것을 국가가 강력히 금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자유의 권리로 선택할 수 있게 놔 두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다. 100분 토론에도 나왔던 대마초 논쟁. 개인이 대마초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것은 정당한가? 성매매 금지법. 팔겠다는 사람 있고, 돈 주고 사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이 거래를 국가가 금지할 정당한 이유가 있는가? 이것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침해인가, 아닌가? 남이사 가루로 전병을 만들든 국수를 만들든 무슨 상관이냐고~!?? (쏘리)

 

썰렁한 영국식 농담과 제국주의 식의 서양 우월 주의 같은 것이 간간히 눈에 띄기는 하지만, 영국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의 대표적 저작인 <자유론>은, 집필 도중 사별한 아내에 대한 찐한 애정 표현으로 시작하는데, 역시 제일 읽을 만하다. " 진리와 정의에 대한 높은 식견과 고매한 감정으로 나를 한없이 감화시켰던 사람, 칭찬 한마디로 나를 무척이나 기쁘게 해주었던 사람,... 그녀는 참으로 깊고 그윽한 지혜의 소유자였다." (서문을 읽고 나서 나는 이 책이 재미있을 줄 알았다.)

 

'다른 사람에게 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 한 문장으로 이 책을 아주 거칠게 요약할 수 있겠다. 개인의 자유가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것은 "마치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와우~! 자유의 가치와 자유 토론에 대한 얼마나 대단한 인식인가.

 

하지만 그는 상당히 위험한, 혹은 역자의 말대로 폭탄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자유는 '누릴 만한' 사람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만, 누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인데? 아직 다른 사람의 보호를 받을 처지에 있는 사람들, (이른바) 미개사회에 사는 사람들도 자유를 누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밀은 자유를 누릴 자격이 모자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선의의 독재'를 휘두르는 것이 정당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개인의 취향이나 사상은 온전히 그 자유가 보장받아야 하지만, 사회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의무를 거부하는 개인이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을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이 밀의 생각이다. 그리고 사회가 직접 법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여론의 힘을 빌려 그런 행동에 대해 정당하세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절대 진리에 대한 회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 밀의 사상은 결국 누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는지, 혹은 어느 정도까지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주는 것인지, 그리고 국가가 얼마나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을 제공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선의의 독재'의 이름으로 권력을 남용해 왔으며, 또 얼마나 셀 수 없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선의의 독재'로부터 고통을 받아 왔던가!

 

밀도 인정했듯이, 사실 개인의 어떤 행동도 온전히 '개인적인' 것은 없다. 나의 어떤 판단이나 행동도 다른 사람과 연관되어 있고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모두 '사회적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헌법 재판소가 '내심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양심실현의 자유'는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상 개인의 양심에 대한 최소한의 자유만 보장하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 무엇이 그른 것인가를 정해 줄 사람이 없는 이상, 자유 의지의 보장은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눈먼 사람이 눈먼 사람의 걸음을 인도하면 둘 다 맨홀에 빠지기 쉽다.

 

2005년 4월 2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