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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번역
    KAIST 화학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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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의 사사로운 글쓰기12

열매가 떨어지면 툭하고 소리가 들리는 세상: 차이코프스키 / 아렌스키 - 피아노 트리오 열매가 떨어지면 툭하고 소리가 들리는 세상 서울 살 때 벽제 화장터를 몇 번 간 적이 있다. 관도 두어 번 들어 본 것 같다.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곳 풍경은 참 독특하다. 망자를 보내는 공간. 어디로 보내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보낸다. 몇 개의 화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족들은 처량한 목탁 소리와 염불 외는 소리, 처량한 5음계 비슷한 '요단강 건너서 만나리' 찬송가, 그리고 통곡 소리를 함께 듣게 된다. 죽은 사랑하는 사람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화장 절차가 끝나고 유족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동생을 보낸 기독교인인 한 아주머니였다. 동생의 불멸의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가 천국으로 갔을 거라는 확신이 무척이나 강하셨던 것 같다. '참 이상하.. 2023. 1. 26.
고3 시절 내 추억의 음반: 윈튼 마살리스 - 스탠다드 타임 3권 윈튼 마살리스는 출중한 트럼펫 연주자이다.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면서 뛰어난 연주를 들려준다. 스탠다드 타임 3권은 그의 많은 음반 중에서 걸작이라고 할 수도 없고 대표작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스탠다드 타임 시리즈가 그의 인기작으로 불려지고 있지만, 2권이 주로 추천되고 있지 3권은 그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치열한 연주도 아니고, 혁명적인 발상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충격적인 재해석도 아니다. 어쩌면, '토요일 밤'을 위한 음악. 무드 잡는 음악, 까페 뮤직 정도로 평가 절하될 지도 모르겠다. 위대한 아티스트가 쉬는 겸, 몸도 풀 겸 해서 내놓은 듣한 음반. 키스 자렛의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음반처럼 말이다. 하지만 내.. 2023. 1. 20.
느리고, 느리고 또 느리고 - 쇼스타코비치 현악 사중주 14, 15번 -에더 사중주단 느리고 느리고 또 느리고 고전음악에 조금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 악장으로 된 악곡들의 기본 구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크 협주곡처럼 3악장을 기본으로 하면 빠르고-느리고-빠른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 4악장을 기본으로 할 때는 주로 3악장이 짧은 경우가 많으며, 역시 빠른1악장-느린2악장-빠른3악장-빠른4악장으로 되어 있다. 신나게 시작했다가 천천히 서정성을 음미하다 통쾌하게 끝나는게 기본인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것이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의 음악적 표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방식이 효과적이었기에 오랜 기간동안 이런 구성이 사용되어 왔지만 현대 음악에서는 이것도 저것도 없는 경우가 많다. 베토벤이 유명한 '월광 소나타'에서 서정적이고 느린 악장을 맨 앞에 배치한 것처럼 빠르고 느린 .. 2023. 1. 20.
내 얘기 들어 보게, 자네 - 키스 자렛 -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내 얘기 들어 보게, 자네. 트집 잡을려고 마음 먹으면 한도 끝도 없지 않겠나. 내가 자네가 처음 늘어 놓던 불평을 아직도 기억한다네. 이 달콤하게 속삭이며 귓가를 맴도는 따스한 멜로디가 어디 현대 재즈의 최고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에게 어울리기나 하겠냐고. 뭐라고? ECM이라고? 에디션 오브 컨템퍼러리 뮤직이라고? 작곡된지 최소 50년은 된 듯한 곡들로, 그것도 재즈 좀 듣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유명한 곡들을 모아 놓고 ECM레이블에 발표했다니. 이건 완전 배신이다, 배신이라고. 천부당 만부당이라고. 초점도 안 맞는 자켓 사진 흑백으로 찍어다 놓고, 런타임 딸랑 오십오분 십팔초로, 비싸빠진 ECM 음반을 내놓고는, 자신의 만성피로증후근 탈피 기념 몸풀기 음반이라고 선전하는 키스 자렛은 과연 양심이.. 2023.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