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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번역
    KAIST 화학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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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의 사사로운 글쓰기14

느리고, 느리고 또 느리고 - 쇼스타코비치 현악 사중주 14, 15번 -에더 사중주단 느리고 느리고 또 느리고 고전음악에 조금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 악장으로 된 악곡들의 기본 구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크 협주곡처럼 3악장을 기본으로 하면 빠르고-느리고-빠른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 4악장을 기본으로 할 때는 주로 3악장이 짧은 경우가 많으며, 역시 빠른1악장-느린2악장-빠른3악장-빠른4악장으로 되어 있다. 신나게 시작했다가 천천히 서정성을 음미하다 통쾌하게 끝나는게 기본인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것이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의 음악적 표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방식이 효과적이었기에 오랜 기간동안 이런 구성이 사용되어 왔지만 현대 음악에서는 이것도 저것도 없는 경우가 많다. 베토벤이 유명한 '월광 소나타'에서 서정적이고 느린 악장을 맨 앞에 배치한 것처럼 빠르고 느린 .. 2023. 1. 20.
내 얘기 들어 보게, 자네 - 키스 자렛 -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내 얘기 들어 보게, 자네. 트집 잡을려고 마음 먹으면 한도 끝도 없지 않겠나. 내가 자네가 처음 늘어 놓던 불평을 아직도 기억한다네. 이 달콤하게 속삭이며 귓가를 맴도는 따스한 멜로디가 어디 현대 재즈의 최고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에게 어울리기나 하겠냐고. 뭐라고? ECM이라고? 에디션 오브 컨템퍼러리 뮤직이라고? 작곡된지 최소 50년은 된 듯한 곡들로, 그것도 재즈 좀 듣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유명한 곡들을 모아 놓고 ECM레이블에 발표했다니. 이건 완전 배신이다, 배신이라고. 천부당 만부당이라고. 초점도 안 맞는 자켓 사진 흑백으로 찍어다 놓고, 런타임 딸랑 오십오분 십팔초로, 비싸빠진 ECM 음반을 내놓고는, 자신의 만성피로증후근 탈피 기념 몸풀기 음반이라고 선전하는 키스 자렛은 과연 양심이.. 2023. 1. 19.
"불장난의 추억" - 잡지 투고 글 불장난의 추억 최OO (25세)-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석사 과정 일곱 살 꼬마였던 나는 유난히 불장난을 좋아했다. 집에 돌아다니는 ‘아리랑 성냥’ 한 갑만 있으면, 이 오묘하고 신비로운 놀이를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때로는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댁이나 이모네에 놀러가서 가마솥 아궁이 옆에 앉아 합법적인(?) 불장난을 할 수도 있었지만, 역시 불장난은 그 엄격한 금지 때문에 비밀스런 것이 제 맛이었다. 눈에 보이는 종이조각과 나무 조각, 마른 풀 등을 모아 조그마한 불을 지피는 재미는 몰래 하는 것이기에 더욱 재미있었고, 함께 불장난을 감행할 친구가 있어도 좋았지만, 혼자 불장난을 하더라도 그 재미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불의 빛깔과 타들어가는 나뭇가지에서 나오는 냄새와 연기와 온기, 그리고 다 .. 2023. 1. 19.
아버지 병원을 출발한 버스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옆에 앉은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눈물을 훔치며 말씀하신다. 내가 육이오 사변때 형대신 군대를 갔다아이가. 형이 영장이 나왔는데 형은 형수도 있고 해서 죽으면 안될꺼 같은기라. 그래서 내가 대신 군대를 갔는데, 같이 간 사람 팔십명 중에 다죽어삐리고 내혼자만 살아남았다 아이가. 근데 니 아버지가 내 국가유공자 시켜준다고 이래저래 띠댕기고 차타고 내하고 같이 우리 고향 밀양에까지 왔다갔다하고 그랬다. 그거 형이름 내이름으로 바꿔준다고. 니 아버지가 그랬다. 니 아버지는 약한 사람을 자꾸자꾸 도울라 그랬어. 이제 과거형으로 밖에 이야기를 못하겠다. 경북 구미 선산군 널뫼 촌구석에서 7남매 중 세번째 아들로 태어나서 맏형 대학 공부시키신 덕택에 땡전 한푼 없이 시작.. 2023.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