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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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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 들어 보게, 자네 - 키스 자렛 -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내 얘기 들어 보게, 자네. 트집 잡을려고 마음 먹으면 한도 끝도 없지 않겠나. 내가 자네가 처음 늘어 놓던 불평을 아직도 기억한다네. 이 달콤하게 속삭이며 귓가를 맴도는 따스한 멜로디가 어디 현대 재즈의 최고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에게 어울리기나 하겠냐고. 뭐라고? ECM이라고? 에디션 오브 컨템퍼러리 뮤직이라고? 작곡된지 최소 50년은 된 듯한 곡들로, 그것도 재즈 좀 듣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유명한 곡들을 모아 놓고 ECM레이블에 발표했다니. 이건 완전 배신이다, 배신이라고. 천부당 만부당이라고. 초점도 안 맞는 자켓 사진 흑백으로 찍어다 놓고, 런타임 딸랑 오십오분 십팔초로, 비싸빠진 ECM 음반을 내놓고는, 자신의 만성피로증후근 탈피 기념 몸풀기 음반이라고 선전하는 키스 자렛은 과연 양심이.. 2023. 1. 19.
"불장난의 추억" - 잡지 투고 글 불장난의 추억 최OO (25세)-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석사 과정 일곱 살 꼬마였던 나는 유난히 불장난을 좋아했다. 집에 돌아다니는 ‘아리랑 성냥’ 한 갑만 있으면, 이 오묘하고 신비로운 놀이를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때로는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댁이나 이모네에 놀러가서 가마솥 아궁이 옆에 앉아 합법적인(?) 불장난을 할 수도 있었지만, 역시 불장난은 그 엄격한 금지 때문에 비밀스런 것이 제 맛이었다. 눈에 보이는 종이조각과 나무 조각, 마른 풀 등을 모아 조그마한 불을 지피는 재미는 몰래 하는 것이기에 더욱 재미있었고, 함께 불장난을 감행할 친구가 있어도 좋았지만, 혼자 불장난을 하더라도 그 재미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불의 빛깔과 타들어가는 나뭇가지에서 나오는 냄새와 연기와 온기, 그리고 다 .. 2023. 1. 19.
<나를 부르는 숲> - 빌 브라이슨 어쩔 수 없는 문화의 차이인가... 등산 이야기가 뭐 그리 재미있겠느냐는 생각에 걸맞지 않게, 이 책 앞 부분의 추천사에는 이 등산 이야기가 재밌어 죽겠다는 말로 가득차 있다. '턱이 아플 정도로 낄낄거리고 하하 웃었다'느니 '책을 읽는 동안 바보처럼 낄낄거리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느니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당신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크게 웃는지 궁금하게 하라'는둥... 다른 건 몰라도 웃기는 재미 하나는 끝내 줄 거라는 기대감을 준다. 하지만, 이 책은 한국 사람이 백두대간 종주한 이야기가 하니라 미국 사람이 애팔래치아 종주한 이야기다. 웃음의 코드가 다르다 보니, 브라이슨이 쏘아대는 썰렁 개그, 말 장난이 한국 사람에게는 그리 웃기지가 않는다. 그런데다가 너무 격식있는(?) 번역 덕분에 .. 2023. 1. 19.
아버지 병원을 출발한 버스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옆에 앉은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눈물을 훔치며 말씀하신다. 내가 육이오 사변때 형대신 군대를 갔다아이가. 형이 영장이 나왔는데 형은 형수도 있고 해서 죽으면 안될꺼 같은기라. 그래서 내가 대신 군대를 갔는데, 같이 간 사람 팔십명 중에 다죽어삐리고 내혼자만 살아남았다 아이가. 근데 니 아버지가 내 국가유공자 시켜준다고 이래저래 띠댕기고 차타고 내하고 같이 우리 고향 밀양에까지 왔다갔다하고 그랬다. 그거 형이름 내이름으로 바꿔준다고. 니 아버지가 그랬다. 니 아버지는 약한 사람을 자꾸자꾸 도울라 그랬어. 이제 과거형으로 밖에 이야기를 못하겠다. 경북 구미 선산군 널뫼 촌구석에서 7남매 중 세번째 아들로 태어나서 맏형 대학 공부시키신 덕택에 땡전 한푼 없이 시작.. 2023. 1. 16.